유럽 암호화폐 시장, 기회의 땅인가? 떠나는 기업들… 규제의 역설

유럽 암호화폐 시장, 기회의 땅인가? 떠나는 기업들… 규제의 역설

요즘 유럽에서 사업을 하려는 크립토 기업들 사이에선 이런 말이 돌더군요.
“진입은 했는데, 이제 나가는 게 더 어렵다.”

최근 파리에서 열린 '파리 블록체인 위크(Paris Blockchain Week)' 현장에서 Crypto.com의 사장이자 COO인 Eric Anziani가 아주 뼈 있는 말을 던졌습니다.
"유럽은 먼저 규제를 내세우고, 그다음에야 비즈니스를 초대하죠."

단순히 한 기업인의 푸념으로 흘려듣기엔, 이 말 뒤에 숨겨진 산업 전반의 구조적 이슈가 너무 큽니다.
저 역시 여의도에서 오래 몸담았고, 다양한 금융 상품과 자산 투자 경험을 토대로 말하자면 — 지금 유럽의 규제는 혁신을 억제하는 장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유럽 안정코인(Stabelcoin) 규제 프레임워크, 누굴 위한 것인가?

우선 이 얘기부터 짚고 가야겠죠.
유럽에서 안정코인에 대한 규제는 꽤 일찍 시작됐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무게감이 있는 규제, MiCA (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

규제를 빠르게 만든 건 좋았습니다. 시장을 정리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이해합니다.
그런데 실제 현장 반응은 그 반대에 가까웠어요.
왜냐고요?

각국의 요구 조건이 제각각이기 때문입니다.
유럽연합(EU)이라는 단일 시장 안에서조차, 각 국가별 규제가 미묘하게 달라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도 인력도 두 배, 세 배가 드는 상황이 생기고 있습니다.

특히 신규 진입자들에게 치명적입니다.
단순한 고객 온보딩(Onboarding)조차 까다롭고, 법률 해석도 국가마다 달라 법률자문비가 천정부지로 오르죠.

제가 예전에 비슷한 경험을 겪었어요.
한때 프랑스 기반의 핀테크 기업과 협업을 추진했었는데, 리히텐슈타인과 룩셈부르크의 요구사항이 너무 달라 도중에 협의를 철회한 적이 있었습니다.
규제 자체보다, 규제를 해석하는 방식의 차이가 문제였던 거죠.

Anziani의 말처럼, 이 상황은 결국 소비자 선택권까지 줄이는 결과를 낳습니다.
경쟁자가 줄어든 시장은 독점으로 기우는 법이고, 그 피해는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됩니다.


MiCA, 규제의 빛과 그림자

다만 MiCA 자체를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Anziani도 분명히 인정했죠. MiCA 도입 이후, 한 가지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EU 전역에서 단일한 규제로 사업이 가능해졌다는 점.

이건 정말 크리티컬한 개선입니다. 예전에는 독일 따로, 프랑스 따로, 이탈리아 따로 등록을 해야 했습니다.
이제는 한 번 등록으로 유럽 전체 시장을 커버할 수 있습니다.
Crypto.com도 이 체제를 가장 먼저 통과한 회사 중 하나로 알려져 있고요.

그런데 문제는 바로 이겁니다.
"프레임워크는 단일화됐지만, 해석은 여전히 분산화되어 있다."
저희 업계에서도 이런 규제의 ‘회색지대’를 법무팀조차 해석 못해 애를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MiCA는 방향성은 좋지만, 현장에 적용되기까지 세부적인 조율이 부족하다는 거죠.
이건 단순히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크립토 시장이 공통적으로 겪는 이슈입니다.


미국 시장의 반전: 죽음에서 부활로

그럼 반대편 대서양 건너 미국은 어떨까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암호화폐 기업들이 가장 기피하는 시장 중 하나였습니다.

SEC의 Gary Gensler 위원장 하에서 수많은 거래소가 제재를 받았고,
법적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보니, 많은 프로젝트가 미국 시장 진입을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요, 2024년 들어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했습니다.
정권이 바뀌면서, 정부 기조가 눈에 띄게 시장 친화적으로 변화한 거죠.

지금은 비트코인 ETF 승인, 기관 투자자들의 본격적인 진입, 그리고 NASDAQ 기반의 디지털 자산 플랫폼 등장 등 긍정적인 시그널이 많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한 대형 운용사도 비트코인 ETF 상품에 일부 포트폴리오를 할당하기 시작했어요.

놀랍죠? 몇 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했던 일입니다.


기관투자자들이 몰려온다…시장의 신호

제가 내부 소식통을 통해 들은 바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기준으로 미국 기관투자자들의 디지털 자산 보유량이 전 분기 대비 약 3배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불확실성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게 투자자에게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여의도 출신이라 더 체감합니다.
불확실성은 곧 리스크고, 리스크는 곧 자본의 이탈입니다.
반대로 불확실성이 걷히면? 돈은 다시 몰립니다.

지금 미국은 규제를 통해 산업을 옥죄던 구조에서, 산업을 유도하는 체계로 변화하고 있어요.
이건 유럽이 반드시 참고해야 할 전략적 전환입니다.


유럽, 기회를 살릴 것인가 버릴 것인가

유럽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크고, 규범 중심의 시장 중 하나입니다.
특히 프랑스와 독일은 금융/기술의 강국으로, 인프라와 교육 수준이 높죠.

그렇기에 규제가 정비되기만 하면, 다시 수많은 Web3 기업과 디지털 자산 서비스들이 몰려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규제를 통한 시장 통제가 아니라, 규제를 통한 시장 조율이 필요합니다.

Anziani도 강조했죠.
“규제를 고치면 기업들은 돌아올 것이고, 소비자들은 더 많은 선택지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제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이겁니다.
단순히 크립토 시장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건 우리가 사는 디지털 자산 시대의 경제적 주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결론: 규제는 시장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

Crypto.com의 발언은 단순한 기업의 넋두리가 아닙니다.
이건 곧 우리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한 힌트입니다.

  • 유럽은 지금이라도 규제의 유연성을 고민해야 하고,

  • 미국은 지금의 개방적 태도를 지속해야 합니다.

  • 투자자들은 이 흐름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선점해야 합니다.

여의도 시절부터 느껴왔던 감정입니다.
규제는 결국 ‘수단’일 뿐이지, ‘목적’이 되어선 안 됩니다.

자산을 불리고 싶다면?
뉴스 한 줄이 아니라, 그 뉴스 뒤의 구조와 방향성을 파악해야 합니다.
지금은 그런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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