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없는 사회, 그 중심엔 디지털 결제와 상호운용성이 있다
현금 없는 사회, 그 중심엔 디지털 결제와 상호운용성이 있다
디지털 시대, 현금은 얼마나 남아있을까?
요즘 길거리 카페에서 현금을 내려고 하면 눈총을 받습니다. 대부분 카드나 간편결제를 쓰니까요. 하지만 놀랍게도 전 세계적으로는 여전히 현금 사용 비율이 꽤 높습니다. 특히 신흥 시장, 예컨대 동남아나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아직도 급여를 현금으로 받고, ATM에 줄을 서는 모습이 흔하죠.
왜일까요? 디지털 기술이 없는 걸까요? 아니면 디지털 결제를 믿지 못해서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금 관리 시스템과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부재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현금 관리(Cash Management)의 디지털화가 먼저다
최근 아부다비에서 열린 AIM Congress에서는 바로 이 점을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행사에서 만나본 Abdelslam Alaoui Smaili CEO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현금 관리는 ‘적시에, 적소에, 적정량의 현금’을 제공하는 겁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국가는 그걸 못하고 있어요.”
이 말이 참 와닿았습니다. 저도 2020년쯤 동남아 몇 군데 신흥 시장에 직접 출장을 다니면서 느꼈던 게 비슷했거든요. 결제 시스템이 파편화되어 있고, 많은 곳이 여전히 현금 위주였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했어요. 자동화가 안 되어 있어서 현금을 넣고 빼는 작업, 정산 등 모든 절차가 수작업이라는 겁니다.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그래서 디지털 결제를 도입할 때는 반드시 현금 관리 체계부터 디지털화해야 합니다. 단순히 앱 하나 깐다고 바뀌는 게 아니에요. 기초부터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상호운용성: 디지털 결제의 운명을 가르는 단어
현금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려면 결제 수단들이 서로 ‘통’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앱을 써도 다른 시스템과 연결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죠. 여기서 나오는 개념이 바로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입니다.
SWIFT의 Alaa Alrousan이 행사에서 강조한 핵심도 이거였습니다. 그는 “세계 경제가 분열되고 있는 지금, 상호운용성은 글로벌 생존 전략”이라고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도 덧붙였죠.
“지금처럼 각자 자기 시스템에만 몰두하면, 2030년까지 글로벌 GDP가 최대 6조 달러 증발할 수 있습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저 역시 암호화폐, 해외주식, 그리고 미국 중심의 핀테크 앱까지 다양하게 써보면서 느낀 게 ‘결제와 송금이 안 통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거였거든요.
특히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CBDC)가 점차 대두되면서 기존 금융 시스템과 새로운 디지털 화폐 시스템 간 연결성이 중요해지고 있어요. SWIFT는 이런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Buna 같은 지역 결제 네트워크와 협업하며 Cross-Border Solution을 강화 중입니다.
아프리카는 디지털 결제의 시험장이자 기회의 땅
AIM Congress에서는 아프리카에 대한 논의도 많았습니다. 특히 Ghana Fintech and Payments Association 회장 Martin Kwame는 “아프리카는 도전보다 기회가 많다”고 단언했어요.
그가 제시한 해결책은 간단했습니다. 국가별 맞춤형 디지털 결제 시스템 구축. ‘아프리카’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리지 말고, 각 나라의 인프라 수준과 문화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거죠.
이 부분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저는 예전에 나이지리아 P2P 결제 시스템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적이 있는데요, 같은 대륙이라도 인프라가 천차만별이더라고요. 가나, 케냐, 남아공 전부 상황이 다릅니다.
Kwame는 특히 기업과 금융기관이 협력해 지속 가능한 금융 시스템을 만들면, 단순한 결제를 넘어서 ‘디지털 자산의 축적과 운용’까지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바로 여기서 **핀테크와 금융 포용성(Financial Inclusion)**이 만나는 거죠.
데이터, 디지털 결제의 심장
현금은 그 자체로 데이터가 없습니다. 반면 디지털 결제는 흔적이 남죠. 그래서 가능해지는 게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입니다.
기업 입장에선 사용자의 소비 패턴, 결제 선호도, 리스크 요인 등을 분석해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요. 금융이 스마트해지는 거죠.
저도 미국 리테일 주식에 투자하면서 알게 된 게 하나 있는데요. 월마트나 타겟 같은 기업이 요즘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BNPL(Buy Now, Pay Later) 전략에 열 올리고 있어요. 결국 디지털 결제는 단순히 돈을 주고받는 게 아니라 고객 경험의 중심축이 됩니다.
결국, 통합입니다
디지털 결제의 발전은 그 자체로 기술의 진보지만, 진짜 중요한 건 그 시스템이 서로 통합되고 연결되는가입니다.
AIM Congress에서 논의된 모든 화두—현금 관리, 상호운용성, 데이터 기반 전략, 신흥시장 공략—이 결국 향하는 곳은 하나의 글로벌 통합 결제 네트워크예요.
이건 단지 이상적인 상상만은 아닙니다. 이미 PayPal, Visa, Stripe, Revolut, Wise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상호운용성을 고려한 통합 솔루션을 내놓고 있고, 아프리카나 중남미처럼 기존 시스템이 약한 곳은 오히려 **‘건너뛰기형 혁신(Leapfrogging)’**의 기회를 맞고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투자자로서 느낀 변화의 중심
개인적으로 10년 넘게 주식, 채권, 부동산, 암호화폐까지 투자하면서 느낀 게 있습니다. ‘돈이 이동하는 방식이 바뀌면, 기회도 따라 바뀐다’는 거예요.
지금은 현금이 디지털로 바뀌는 단계고, 앞으로는 이 디지털 화폐들 간 상호 소통이 중요한 시대가 옵니다. 그 중심에 디지털 결제가 있고,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게 상호운용성입니다.
아직은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아주 가까운 미래엔 우리가 당연하게 쓰는 시스템이 될 겁니다. 지금 이 변화에 관심을 가지는 것, 그게 가장 현명한 투자의 시작입니다.